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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뜨겁다 못해 따가운 한여름의 어느 낮, 혼마루에선 시체놀이가 한창이었다. 

"덥다."
"더워죽겠다."
"야아- 좀 비켜봐라. 바람 안 오잖나."
"나도 더워."

그건 사니와인 카노와 근시인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방에 늘여져 에어컨의 밑에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한손에는 책을 들고 있었다. 

"다음권."
"아..시시오가 아까 빌려갔어."
"가위 바위 보 해서 갔다오기."
"카톡으로 와라고 하면 오지 않을까?"

왜 하필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책들은 끊는 건지...작가님들 정말 끊기 신공이시고..

카노는 뒹굴거리다 말며 다음권을 받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방문을 열자 훅 하고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에 다시 문을 닫고는 고갤 저었다. 

"왜?"
"사람이 나갈 온도가 아냐."
"다음이야기 궁금하다며."
"목숨까지 걸 만큼은 아냐."

그 정도로 더워?
야만바기리는 그럼 내가 받아올게 라고 방문을 열고 한 발자국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며

"무리. 무리무리무리."
"그치?"

아, 덥다. 더워. 에어컨은 에어컨일 뿐이고. 더움은 더움일 뿐이고. 아 검은 건 글씨고 흰 건 종이고. 아 정신없어 아 더워서 사람이 죽는다고..

의식의 흐름으로 중얼거리던 카노와 옆에서 에어컨 아래에 가만히 서 있던 야만바기리가 있던 방에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문이 확 열렸다. 

"오 시원해."
"문닫아아. 더운 바람 들어온다."
"아 쏘리."

들어온 건 시시오였다. 한 손엔 잡지를 들고 들어온 그는 카노와 야만바기리에게 외쳤다. 

"여행을 떠나요!"
"푸른 언덕에?"
"배낭을 매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계곡을 향해서!"

카노와 야만바기리는 서로를 마주보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더워서 무리."
"여기서 한발짝도 나가기 싫어".
"물놀이가자!"
"무리."
"다른 애들도 가고 싶대!"
"무우리이."
"애들이 가서 연성 할거라했는데도?"

고개를 흔들기만 하던 카노가 연성. 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시시오를 바라보았다. 

"진짜로? 막 물놀이 하는 그런 이야기 그리거나 적는거야?"
"물론."
"키리쿠니 나는 물놀이 갈래."
"오예! 그러면 다들 짐싸서 문앞에서 만나자."
"오케."

시시오는 조금있다 봐~ 라고 하며 방을 나갔고 카노는 이리저리 방을 뒤져서 배낭을 찾아 옷가지와 물놀이에 필요할 것들을 집어넣었다. 

"키리쿠니도 짐싸~"
"...나는 카노랑 방에서 이렇게 있는게 좋은데."
"내가 덮칠지도 모른다? 그런말 하면."

야만바기리는 그녀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짐싸러 간다."
"오우. 조금있다 봐."

야만바기리가 방을 나가고 카노는 대충 짐을 다 싸고 에어컨을 끈 체 방을 나갔다. 

"아따. 억수로 덥네."

방을 나가자마자 손부채질을 하며 그녀는 계단을 내려갔다. 



2층은 그녀가 1층은 남사들이 쓰는 방이 있었다. 이 혼마루는 특수하게 세개의 건물에 남사들이 흩어져 살고 있었는데 그녀와 같은 건물을 쓰는 건 초기도이자 근시인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를 필두로 그녀와 같이 만화나 애니를 봐준다거나- 아이돌을 보며 꺅꺅해주는 시시오, 이즈미노카미 카네사다, 오오쿠리카라가 있었고 혼마루의 아빠를 담당하고 있는 헤시키리 하세베와 엄마를 담당하고 있는 쇼쿠다이키리 미츠타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사랑스런 막내를 담당하고 있는 우라시마 코테츠가 있었다. (나이로 치면 이즈미노카미가 막내지만.)


방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며 들어간 그녀의 눈 앞에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남사들이 있었다. 

"거기! 내 팬티!"
"빨래 안했단 말야!"
"아아아, 도시락도 싸야하는데."

일사불란을 가장한 혼돈의 카오스일지도. 

"야들아. 아직도 준비 덜됐나?"
"아 카노. 미안. 짐 어떻게 싸야할지 몰라서."
"갈아입을 옷 몇개만 챙기면 되는 거 아냐?"
"아. 그렇네."

카노의 조언아닌 조언으로 무사히 짐을 다 싼 이들은 혼마루의 정문을 통해 현세로 나갔다. 









계곡이 있는 산 아래에 떨어진 이들은 웃으며 하나둘 씩 노래를 부르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굽이 또 굽이~ 깊은 산중에~"
"시원한 바람- 나를 반기네-"
"하늘을 보며 노래를 부르네-"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그렇게 신나게 발걸음을 옮기자 물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려오자 그들은 그쪽으로 뛰었다. 

"물이다!"
"야호!"
"주인님 용궁성은 계곡에는 없지?"
"응! 아 시원한 바람- 야들아 돌조심. 자빠져서 머리통 깨진다."

먼저 뛰어가는 시시오랑 이즈미노카미, 쿠리카라, 야만바기리, 우라시마를 뒤에서 지켜보던 카노가 웃으며 말하자 미츠타다와 하세베도 웃으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어간 이들을 재쳐두고 발만 담그고 돌 위에 앉은 야만바기리의 옆에 카노가 앉았다. 

"키리쿠니는 안들어가나?"
"물보다 사람이 많아보이는 곳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발만 담가도 시원하다-"
"그렇긴 해."

발장구를 이리저리 치며 키리쿠니를 올려다보며 카노가 싱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방 안에만 있는 것보다 낫다 그치?"
"응-"
"아, 여기에 시원한 수박을 딱 먹으면."
"수박이라면 미츠타다가 챙겨왔을지도."
"미츠오빠야 어디갔노."
"사람 적은데로 간다고 위로 올라갔는데."
"글나. 글면 어쩔 수 없지- 올라갈 힘은 없으니."

뒤로 벌러덩 누운 카노가 옆을 톡톡치며 야만바기리를 올려다보았다. 

"시원해.."
"눈 안부셔?"
"나무그늘덕분에 괜찮아- 키리쿠니도 여기 누워."

야만바기리도 카노의 말에 따라 옆에 누웠다. 등 뒤의 시원한 돌과 발의 시원한 물. 잠이 솔솔 오는 기분이었다. 

"잠오지?"
"으응..."
"우리 조금 잘래?"
"좋아아.."

옆을 보니 이미 반쯤 눈이 감긴 카노가 잠꼬대 처럼 대답을 하고 있었다. 야만바기리는 작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자신도 눈을 감았다. 











"이거, 빨리 찍어봐. 집 가서 그림 그릴때 쓰게."
"오케이."

찰칵 찰칵하는 소리에 눈을 뜨자 자신들을 찍고 있는 이즈미노카미가 있었다. 

"으으...뭘 찍고 있어..."
"연성소재 감사합니다."
"으응..?"
"카노랑 야만바기리의 자는 폼이 딱 연인이어서."
"시끄러어....뭔 말이야.."

카노는 아직 덜깬 눈으로 옆을 보자 자신을 마주보고 자신의 허리에 손을 얹이고 있는 야만바기리가 보였다. 카노는 멍하니 그걸 보다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연성 하고 나면 보여줘."
"오케이."

카노는 그럼 됐어. 라고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둘러보자 아까보다는 많이 줄어든 모습에 자고 있던 야만바기리를 깨웠다. 

"으응.."
"사람 줄었는데, 들어가자."
"아..알았어."

부스스하게 일어난 야만바기리의 손을 잡은 체 카노는 물 속으로 첨벙첨벙 들어갔다. 그 모습을 시시오와 이즈미노카미가 열심히 찍었다는 건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한참을 신나게 물놀이를 하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서늘해진 산의 날씨에 다들 물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선 산에서 내려왔다. 

"오늘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시원한 물에서 놀 수 있어서 좋았다. 그치? 돌아가는 길엔 설빙이나 가자."
"다음에는 우리 기차타고 좀 멀리도 가보자."
"당분간은 이걸로 버텨보자고~"
"혼마루에 풀장을 하나 사던지 해야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거리를 걷는 이들은 영락없는 친구 사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카노가 방침에 따라 주종관계인 상하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위치에서 서서 지내서 그런걸까. 그냥 어디에나 있을 법한 10대, 20대의 모습이었다. 




하루종일 물에서 놀다가 카노의 말에 따라 돌아가는 길에 설빙에 들려 빙수까지 먹으며 하루를 만끽한 이들은 다시 혼마루로 들어가 기절잠을 잤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내일은 내일의 더위가 있겠지만,
아무렴 어때. 오늘밤은 시원하게 잘 수 있으니까 상관없다. 

모두들. 잘자요. 








카노의 방의 불을 마지막으로 혼마루에는 어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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