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찜통 더위에 늘어져있던 호랑이들에게 부채질을 하던 유이가 기지개를 폈다. 확실히 올 여름이 유달리 덥긴 했다. 남사들도 며칠째 계속되는 출진과 더위에 지쳐가고 있었다. 다리를 쭉 뻗고 앉아 호랑이를 쓰다듬던 유이의 옆에 수박이 담긴 쟁반을 들고 온 야만바기리가 털썩 주저앉았다. 바람이 불때마다 머리위의 풍경이 흔들리면서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렸다.

 

 

“야만바기리는 안먹어?”

“난 됐다. 당신이 다 먹어.”

“이렇게 많이 못먹는걸.”

 

 

싱글싱글 웃는 유이의 얼굴과 입 앞으로 내밀어진 수박을 번갈아 바라보던 야만바기리는 결국 수박을 한입 베어물었다. 과즙이 입가로 살짝 흐르자 실실 웃던 유이가 제 옷 소매로 과즙을 톡톡 두드려 닦아냈다. 야만바기리가 유이의 손목을 잡았다.

 

 

“옷이 더러워진다.”

“괜찮아.”

“난 이거면 돼.”

 

 

야만바기리가 천을 들어올려 보이자 유이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빨면 돼. 간단한 대답에 야만바기리가 잠시 머뭇머뭇 할 말을 찾는 사이, 유이는 야만바기리가 입을 댄 수박을 제 입으로 밀어넣었다. 입안에 퍼지는 과즙이 달았다. 그렇게 잠시 툇마루에 앉아 말없이 발만 구르던 유이가 조심스레 야만바기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바로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어깨에 킥킥 웃자 잔뜩 붉어진 얼굴의 야만바기리가 괜스레 천을 한번 깊게 눌러썼다.

​

“아, 맞다. 나 야만바기리한테 보여주고 싶은게 있어.”

“보여주고 싶은 것?”

“응. 기다려봐.”

 

 

벌떡 일어난 유이가 방으로 들어가버리자 야만바기리가 허해진 어깨를 손으로 한번 쓸었다. 유이가 돌아온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야만바기리는 어깨에 올렸던 손을 잽싸게 바닥으로 내렸다. 왠지 모르게 허둥지둥한 기색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유이가 들고온 물건을 야만바기리에게 내밀었다. 입을 쩌억 벌리고있는 오리 장난감에 야만바기리는 조금 어리둥절해졌다. 손에 들자 출렁출렁한 감각이 느껴지는 것이 속에는 물이 들어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쓰는건지 물어보려 고개를 드는 순간 제 뺨에 찍 뿌려지는 물줄기에 야만바기리가 짐짓 인상을 찌푸렸다. 씨익 웃고있는 유이의 손에는 악어모양의 장난감이 들려있었다. 배부분의 토리거를 누를때마다 물이 찌익 찌익 튀어나왔다.

 

 

“……이제 그만.”

“재밌는데…”

 

 

갑자기 시무룩해진 유이의 얼굴에 당황한 야만바기리는 그만 사고를 치고 말았다. 물총을 들고 허둥거리던 나머지 그만 유이의 면전 한 가운데에 물을 찍 쏴버린 것이다. 잠시 굳어는가 싶더니 다급하게 유이의 얼굴을 제 천으로 슥슥 문질러 닦아주며 정신없이 사과하고 있는 폼이 조금 애처로울 정도였다. 좀 더 같이 즐겨도 될텐데. 그런 야만바기리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이가 야만바기리의 천자락을 움켜쥐고는 개구지게 웃었다. 또 하자. 유이의 말에 야만바기리는 그만 맥이풀려 픽 웃어버리고 말았다. 한창을 뿅뿅 물총을 쏴대던 둘은 나중에 재미있어 보인다며 참전한 아이젠과 호타루마루에게 흠뻑 물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물 축제라며 잔뜩 흥분한 아이젠과 덩달아 신이 난 호타루마루가 흥을 주체하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개도 안걸린다던 여름감기에 걸려 동시에 앓아누운 야만바기리와 유이는 물론이고 호타루마루와 아이젠까지도 야겐에게 단단히 혼쭐이 나고야 말았다. 어쩐지 조금 시원해진 것도 같은 어느 여름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bottom of page